Essay (수필)

아버지의 일기

mkpark2022 2009. 12. 16. 22:04

 

 

  

 

 

 

 

 82 세의 노인이 52 세된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아 있었다.
그 때 우연히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시 까마귀라니까요.
노인은 조금 뒤 또 물었다.
세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짜증이 났다.
"글쎄 까마귀라구요."
아들의 음성엔 아버지가 느낄 만큼
분명하게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네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까마귀,까마귀라구요.
그 말도 이해가 안돼요?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해 하세요?

조금 뒤였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가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일기장을 펴서,,
아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었다.
거기엔 자기가 세 살짜리
애기였을 때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오늘은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대답해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똑같은 대답을
23 번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아들이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거에 대해 감사했고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게 즐거웠다.

 

 

 

 

아들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어 가면서

조금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몇번의 질문에도 귀찮아 했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초라 했는지...

우리들의 아버지는 그토록 자식사랑이

크기만 했습니다.

우리는 몰랐지요.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