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시)

[스크랩] 유월의 언덕 / 노천명

mkpark2022 2008. 6. 20. 10:31

유월의 언덕 /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사슴의 노래, 한림사, 1958> 


Andrea Bocelli
출처 : "도솔산장" 입니다. 편히 쉬어 가십시오.
글쓴이 : 솔아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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