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 (五友歌) / 孤山 尹善道
내 버디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
(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머엇 하리.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이 또한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작자가 56세 때 해남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산중신곡(山中新曲)》 속에 들어 있는
6수의 시조로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을 다섯 벗으로 삼아,
서시(序詩)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들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自然愛)와 관조를 표백하였다.
1. 水
구름 빗치 조타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는 믈 뿐인가 하노라.
구름 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 때가 많은지라
좋고도 그칠때가 없기는 물 뿐인가 하노라.
2. 石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 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지고
풀은 어찌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3. 松
뎌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늘
솔아 너는 얻디 눈 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의 불희 고든 줄을 글로하야 아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를 모르느냐
땅속 깊이 뿌리가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4. 竹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러고 사철을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5. 月
쟈근 거시 노피 떠셔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월(光月)이 너만 하니 또 잇느냐.
보고도 말아니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적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비추니
밤중에 밝은 빛이 너만 한 것 또 있겠는가?
보고도 말이 없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치 않았다고 해서
반대파들로 부터 논척을 받고 영덕에 유배되기까지 한
고산(孤山)으로서는 말없이 오직 세상만 골고루
비춰주는 달만이 벗이라고 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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