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계(老計) / 趙淳
나는 사람의 일생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인생은 원래 즐거운 것이다. 아마 이런 반론이 있을 것이다. 늙고 죽는 것이 꼭 즐거운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의미를 잘 안다면 얼마든지 달관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항아리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일정한 계획과 수련이 필요하다. 그는 인생에는 다섯 개의 계획(五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신계(身計), 셋째는 가계(家計), 넷째는 노계(老計), 마지막 다섯째 사계(死計)가 그것이다. 나는 “있지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내가 사는 집 이야기를 한다면 그 속에 나의 대답 일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25년 전, 나는 관악산을 내다보는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대지를 사서 집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이 집 주위는 그때와는 전혀 딴판이 됐다. 동명이인이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좀 더 넓은 곳, 편한 곳으로 가자고 한다. 자기들이 모시겠다는 뜻인 것 같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 다소의 불편은 참고 지내야지, 사람은 너무 편해도 못 써. 인생의 황혼은 짙어지는 법. 지난 25년의 파란 많은 세월을 이 집에서 사고 없이 지냈고, 지금도 건강이 유지되고 있으니, 그만하면 됐지, 내겐 이 집이 좋은 집이야.” 모두 내가 심은 나무들이다. 해마다 거름을 주니, 나무들은 매우 잘 자라서 이제 이 집은 숲 속에 묻혀 버렸다. 강릉에서 가지고 온 토종 자두나무는 꽃도 열매도 고향냄새를 풍긴다. 강릉에서 파온 대나무도 아주 무성하고, 화단은 좁지만 사계절 꽃이 핀다. “당신이 이사를 간다구요? 가지 마시오!” 지난 25년의 파란이 압축된 이 애물단지!
조순 / 前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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