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덕(1897∼1926)
1926년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한국대중음악의 시초였다. 당시로는 보기 드문 일본유학까지 마친 음악엘리트였던 윤심덕이 이바노비치의 유명한 왈츠곡 "다뉴브 강의 잔물결"에 허무와 염세로 가득한 노랫말을 붙여 취입한 것이다. 귀국 길의 관부연락선 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비관하여 현해탄에 몸을 던져 동반 자살한 스캔들로 조선반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음반 (소프트웨어)시장이 일거에 열림으로써 일본의 음반산업자본은 당시의 봉건적 사회분위기에선 충격적인 일이었다. 와세다대학의 엘리트가 죽음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증명한 것,
암울한 식민지의 대중들의 마음을 극적으로 달아오르게 했다. 짤막한 유서 이외엔 이들의 동반 자살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일본 음반산업이 계획한 타살 극이 아닌가 하는 시나리오도 의외로 설득력이 있다. 노래가 애당초 없었다는 것과 진실이 어찌하건 간에, 윤심덕의 현해탄 센세이셔널리즘에 의해 식민지 조선의 음반 시장이 활짝 열렸고 바로 이듬해에 경성 라디오 방송이 출범했다는 것은 우연치곤 지독하게 맞아떨어지는 우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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