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시)

행복 / 유치환

mkpark2022 2011. 1. 10. 23:05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서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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