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s
기획 : 김영 레코딩 스튜디오 : 서울 스튜디오
심의번호 : 8711-G182 작사,작곡,편곡 : 김두수 E.Bass, Contra Bass : 조원익 A. Guitar : 이영재, 김두수, 이경록, 이병우 C. Guitar : 이경록, 이병우 Drums, 목탁, 트라이앵글, 탬버린 : 유영수 Keyboard, Piano : 최태환 Harmonica : 김두수 Chorus : 서리은(Scat), 이하득, 박학기, 강규욱 Engineer : 송형언 녹음 : 서울 스튜디오 제작, 기획 : 김영 | |
약속의 땅 / 작사, 작곡, 편곡 : 김두수
잠못 이루는 밤에 난 들었네 저 멀리서 부르는 기쁨의 노래 약속의 말씀 평화로운 세상, 초록이 춤추는 곳 푸른 하늘 저너머 약속의 땅으로 약속의 땅으로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던 그 모든 것이 변해가네 그러나 영원한 건 저 대지의 숨결 텅 빈 가슴으로 가자 약속의 땅으로 약속의 땅으로
하늘날아 가려네 온갖 기쁨 누리려네 마음껏 봄 ·여름 ·갈 ·겨울 영원히 사는 사람이 있을까 저 계절의 바람처럼 대지의 침묵처럼-약속의 땅
Kim Doo Soo 2집 1988 Track 전곡 듣기
한국 정통포크의 희망
벌써 데뷔 20년이 되어간다.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 그는 가난하지만 늘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는 추억의 전당인 '미사리'밤무대에는 서지 않고 있다. 가난해도 자신의 음악적 신념을 잃지 않기 위새서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노래 분위기와 신념과 맞지 않은 곳은 앞으로도 거리를 둘 생각이다." 그래서인가 미당 서정주의 장례식 때 초청되었지만 가지 않았다. 아마도 미당의 친일 행적에 대한 당시의 뜨거운 논쟁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의 노래 '귀촉도'는 마당의 장례식장에서 조곡으로 들려졌다.
김두수는 75년 대마초 파동 이후 단전된 한국 포크의 완성을 꿈꾸게 하는 희망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음악 평론가 강헌은 "김두수는 우리가 오랫동안 간과해 왔던 가난한 풍요로움의 아우라를 질박하고 단호하게, 그러나 명료하게 제시한다. 김민기와 한대수, 조동진과 정태춘이 한국 음악의 거대 신화라면, 김두수는 그 거목을 뒤로 수줍게 펼쳐진 산중 초원의 들국화의 강인한 향기를 품고 있다."고 평가한다.
"내게 있어 음악은 그저 일상이다. 완벽하기보다는 털털한 느낌이 나는...." 그가 말하는 자기 음악이다. 김두수의 음악은 자신의 노래처럼 '보헤미안'이 신기루처럼 보이는 "약속의 땅"에 있으면서 '기슭으로 가는 배'처럼, 추억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 가고 있다. '이 시대의 가인'으로 불리기 시작한 그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글 출처 :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대지의 노래들, 그렇지만 선적이고 우주적인
모두 아홉 개의 트랙('건전가요'는 제외) 중에서 4분 이상의 곡이 일곱 개라면 한국에서 '음반 팔지 않겠다'는 말이나 똑같을 것이다. 이 음반은 실제로 팔리지 않았으니 이런 법칙에 예외는 없다는 것을 새삼 각인시켜 준다. 또 하나의 법칙이 있다면 이런 음반은 싼 가격에 대량으로 팔리지는 않지만 소량으로 비싼 가격에는 잘 팔린다는 점이다. '잘 팔린다'기보다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서울의 황학동이나 회현동의 '중고 LP상'에 가 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비닐 LP로만 발매된 앨범이므로 이를 전제해서 말하면 이 음반은 '2부 구성'이라는, 영미권 록 음악 황금기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 앞면과 뒷면의 첫 곡은 어쿠스틱 기타의 쓰리 핑거 주법에 기초한 곡들이다. A면의 경우 타이틀곡 격인 "약속의 땅"이, B면의 경우 "철탑 위에 앉은 새"가 이에 해당한다. 그 뒤에 나오는 소리는 상이하다. A면의 경우 "나비야", "새우등", "꽃묘"처럼 차분하고 나른한 소품들이 나온다. 물론 네 번째 트랙인 "청개구리 수희"는 무언가 분위기가 달라서 심상치 않더니 B면의 나머지 트랙들은 모두 몽환적이고 '프로그레시브'한 대곡들이다("철탑 위에 앉은 새"와 "꽃묘"는 1집에 수록된 곡을 재녹음한 것임을 알려 둔다).
결론적으로 A면에서는 토속적 분위기의 노래 가락에 젖다가 B면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우주의 분위기'를 맛보게 된다. 이때 우주는 영국이나 유럽의 '스페이스 록'처럼 첨단적이고 과학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선적(禪的)이고 신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클래식 기타의 트레몰로가 장조와 단조를 번갈아 가는 "내 영혼은 그저 길에 핀 꽃이려니", 세박자의 여성 코러스가 나오다가 오르갠 연주와 효과음에 이어 재즈풍으로 변하는 "환상", 염불이라기에는 멜로딕하고 찬송라기에는 정적(靜的)인 낭송에 이어 불협화음 혹은 텐션이 가미된 기타 연주가 덧붙여지는 "신비주의자의 노래"에 이르면 묘한 영적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혹은 지루해서 졸음이 온다). 그러는 사이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음반은 끝난다.
그래서 A면을 범상하게 듣고 지나갔다면 다시 듣게 된다. 4, 5번줄의 해머링과 감화음(diminish chord) 삽입이 인상적인 "약속의 땅"은 그의 구도자적 면모를 재확인해 준다. 피아노와 기타가 주고 받는 "나비"는 얼핏 들으면 토속적(土俗的)이지만 자세히 들으면 천상(天上)에서 부르는 소리로 들린다. "꽃묘"에서 잔향이 많은 코러스와 목탁 소리라든가 "새우등"에서 어쿠스틱 기타의 '메이저 세븐쓰 코드(maj 7)'가 만들어 내는 몽롱한 무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땅에 대해 노래하면서도 땅에서 붕 뜬 듯한 기분을 안겨 준다. 이는 전작에 비해 낮고 무거워진 베이스의 톤이 안정감을 더해주고 어쿠스틱 기타 소리도 '생 톤'을 벗어나도록 프로듀싱된 사운드의 덕택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의 설명이 아니라면 이런 묘한 느낌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제까지 고의로 아껴 둔 "청개구리 수희"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 본다. 말을 벗어나는 소리의 힘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이병우의 오베이션 기타를 빌려서 연주했다는 기타 소리는 '영롱하면서도 몽롱'하다 (이게 가능한 건가?) 20020429
P.S. 1. '청개구리 수희'란 김두수가 대학교 시절 하숙을 하던 집의 딸에 대해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왜 있지 않은가. 부모 말을 듣지 않아서 머리카락을 싹둑 짤려서 혼자 집에 울고 있는 여자 아이의 스토리.
2. "나비야"는 젊은 시절 가야산의 한 암자에 머물면서 '50년 된 피리'를 불 고 살았을 때 나비가 피리에 앉았을 때의 감정을 노래한 곡이다. 이 곡은 [자유혼](2002)에 "보헤미안"(3집 수록)과 함께 재녹음되어 수록된 두 곡들 중 하나다.
3. 이 음반은 1991년 CD로 재발매되었다. 그렇지만 이 음반 역시 쉽게 찾기는 곤란하다.
글 출처 | 신현준 homey@orgio.net 2003/12/08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민속 록(folk rock)'의 명반이 될 뻔했던 작품
◀ 김두수 1집 - 시오리길 : 시오리길 / 귀촉도 (1986) 1986-04-10 / 한국 (Rep. of Korea)
언젠가 한번 1986년을 '한국 대중음악에서 슬픔이 분출한 해'라고 쓴 적이 있다. 그 해는 한영애, 시인과 촌장, 어떤 날의 음반이 발표된 해이고(구체적인 앨범 이름은 생략한다), 이 음반들은 늦깎이들의 실질적 데뷔작으로 오랫동안 참고 머금어 왔던 슬픔을 '이제 드디어' 분출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현식의 3집 앨범이나 들국화 1집 앨범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들국화의 앨범은 한 해 전에 발매되었지만 '파장'이 본격적으로 번진 것은 1985년보다는 1986년이었다). 많이 알고 있겠지만 이 음반들은 모두 '동아기획'이라는 레이블(상표)을 달고 나왔는데, 동아기획제(製) 음반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여기서 간단히 할 성질의 이야기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김두수의 데뷔작 역시 이런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음반은 동아기획의 레이블명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세션을 맡은 조원익, 이원재(베이스), 이병우, 이영재(기타), 배수연(드럼) 등의 이름은 동아기획이 단지 하나의 레이블이 아니라 어떤 움직임(movement)을 일컫는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이후 김두수의 2집 앨범이 동아기획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은 어떤 '확증'으로 다가오고, 따라서 이 음반 역시 '1986년의 정서'를 나타낸다는 점은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김두수의 음악은 '신촌 언더그라운드'의 주류(?)와도 또 다르다.
첫 트랙은 어쿠스틱 기타의 '쓰리 핑거 주법' 위에 3절의 노래 형식을 가진 "작은 새의 꿈"이다. 전주와 간주에서 C 코드로 시작하여 3번 줄을 개방현으로 놓아둔 채 세 번째 마디에서는 네 손가락 모두 두 프렛씩 올려서 만든 화음은 폴 사이먼(Paul Simon)을 연상시킨다. 한편 세 박자의 느릿느릿한 아르페지오가 울려퍼지면서 폐소공포증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정아의 장미"는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어떤 외국 아티스트가 영향을 주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외국으로부터의 영향'을 논하는 것은 딱 이 정도에서 그친다. 여린 기타 연주 사이로 터져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음악 전체를 독창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거기에 피리 소리와 서정주(!)의 시가 등장하는 "귀촉도", 목탁이 울려대면서 어머니의 죽음을 노래한 "꽃묘(시오리길 2)"는 음악의 '원산지 증명'을 해준다. 오죽하면 "시오리길"에 등장하는 슬라이드 기타 소리조차 '토속 악기가 아닐까'라는 망상을 낳겠는가. 이런 시도가 '민속악기의 기계적 도입'으로 그치지 않은 이유는 5음계로 이루어진 선율이나 세 박자의 리듬으로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악 형식이 노랫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꽃묘"와 "시오리길"에서의 동양적(?) 정서의 달관과 완상은 "우편엽서"와 "작은배와 파랑새"에서의 정갈한 서양적(?) 서정이나 "흐린 날의 연가"에서의 '프로그레시브'한 몽환과 평행선을 이룬다. 평행선이란 '결코 만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끝까지 함께 동반한다'는 의미다. "여로"에서는 평행선을 그리는 두 선이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물론 가장 대중적으로 와닿는 곡은 앞서 언급한 "작은 새의 외침"일 것이다. 특히 후렴에서 "하늘로 날고 싶네"라는 외침은 시인과 촌장(=하덕규)의 "부탁해"("비둘기에게")나 한영애의 "꿈을 찾는다"("여울목")는 외침만큼이나 절절하고 종교'적'이다.
이로써 이 음반은 '조동진주의(?)'와 '김정호주의(?)'의 종합이 비로소 달성된 작품이 될 뻔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일까? 아티스트가 너무 숫기없고 수줍어서? 그것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음반의 기술적 결함 때문일 것이다. 다름 아니라 이 음반은 '7 프로'에 속전속결로 녹음을 해치운 산물이다(참고로 한국 음악산업에서 '프로'란 영어로는 '레코딩 세션(session)'의 단위이고 통상 3시간 반이다). 따라서 이 음반은 '노래는 괜찮은데 사운드가 개판'인 경우에 속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작품 없는 작가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가. 20020429
글 출처 | 신현준 homey@orgi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