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로 무장하면 앞길이 순탄하리라
子曰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 小車無, 其何以行之哉."
자왈 "인이무신 부지기가야. 대거무예, 소거무월, 기하이행지재."
(제2편 위정爲政)
공자가 말하기를 "신의가 없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쓸 수 있겠는가?
큰 수레에 끌채가 없고 작은 수레에 멍에목이 없다면 어찌 굴러갈 수 있단 말인가?"
돼지를 잡아 약속을 지킨 증자
증자, 이름이 참參이었던 그는 공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이었다.
공자로부터 시작된 유가가 그를 통해 공자의 손자 자사에게로 전해지고
또다시 맹자에게 이어졌기에 증자는 유가의 성인聖人으로 불린다.
특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돼지를 잡았던 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어느날 증자의 아내가 장을 보러 집을 나섰다. 그러자 그의 어린 아들이 어머니를 따라가겠다고 울며 떼를 쓰는 것이 아닌가.
증자의 아내는 아들을 어르며 말했다.
"착하지, 어미가 장에 갔다 돌아오면 돼지를 잡아 맛있게 볶아 주마."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아이는 이내 울음을 뚝 그치고는 잡았던 치맛자락을 놓아주었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남편이 칼을 갈며 돼지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걸음에 남편에게로 달려가 말했다.
"아까는 아이를 어르려고 그랬던 것입니다. 정말로 돼지를 잡겠다는 말이 아니었어요!"
그러자 증자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이에게 흰소리를 해서는 안 되오. 아직 어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게 마련이오.
그런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속이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오?
오늘 내 자식에게 거짓말을 하면 다음에는 더욱더 올바로 가르치기 힘들 것이오."
증자의 말을 들은 아내는 그제야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이미 아이에게 돼지를 잡아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이제 와 다른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아내는 남편과 함께 돼지를 잡아 아이에게 푸짐한 저녁을 차려주었다.
아이는 맛있는 고기반찬을 먹으며 믿음과 감격에 가득 찬 눈으로 부모를 바라보았다.
그날 일은 과연 아이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어느 날 밤, 막 잠자리에 들었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 머리맡에 있던 죽간을 들고는 냅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깜짝 놀란 증자가 이유를 묻자 아이가 조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은 얼마 전에 친구에게 죽간을 빌렸습니다. 오늘까지 돌려준다고 했는데 시간을 어기면
제가 얼마나 신의 없는 사람이 되겠어요?"
이 말을 들은 증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외출을 허락했다.
증자는 자식 교육에서는 물론 친구를 사귈 때도 믿음과 신용을 강조했다.
"나는 날마다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남을 위해 일을 하며 성실함을 다했는가? 벗과의 사귐에 신의를 저버리지는 않았는가?"
이처럼 증자는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다. 특히 자신의 도덕적 수양에는 더더구나 그랬다.
날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다는 그의 말은 훗날 중국의 많은 지식인들의 좌우명이 되기도 했다.
증자처럼 자식 교육에서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 또 있다.
맹자가 아주 어렸을 때였다. 어느 날 옆집에서 돼지를 잡는 광경을 보고 있던 맹자가 물었다.
"왜 이웃에서 돼지를 잡는 건가요?"
그러자 어머니가 무심결에 대답했다.
"널 주려고 잡는 모양이다."
농담삼아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맹자의 어머니는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이제 겨우 철이 든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이를 속이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식에게 신의를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머니는 곧장 이웃집에서 돼지고기를 사와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인생지침
신의, 그것은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요,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전통 미덕 중 하나인 신의는 도덕적 소양의 기본이 되며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순조롭게 이끄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점차 믿음이 사라져가고 있다.
심지어 서로 속고 속이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신용이 없는 사람들은 점차 사회에서 도태된다. "신의가 없는 사람은 어디에도 쓸 데가 없다"는 공자의 말처럼,
신용과 믿음이 있어야만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정에서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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