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이해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 잎 한 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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