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침묵 / 도종환
꽃들에게 내 아픔 숨기고 싶네
내 슬픔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
얼음이 녹고 다시 봄은 찾아와
강물이 내게 부드럽게 말 걸어올 때도
내 슬픔 강물에게 말하지 않겠네
강물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아파하며 눈물로 온 들을 적시며 갈 테니까
겨울이 끝나고 북서풍 물러갈 무렵엔
우리 사랑 끝나야 하는 이유를 나는 바람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이제 막 눈을 뜨는 햇살에게도
삶이 왜 괴로움인지 말하지 않겠네
이제 막 눈을 뜨는 햇살에게도
삶이 왜 괴로움인지 말하지 않겠네
새 떼들 돌아오고 들꽃 잠에서 깨어나도
아직은 아직은 말하지 않겠네
떠나는 사랑 붙잡을 수 없는
진짜 이유를 꽃들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슬퍼하며
아름다운 꽃잎 일찍 떨구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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