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시)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mkpark2022 2010. 8. 23. 08:04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 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