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시)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mkpark2022 2011. 8. 15. 21:52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 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