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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의 여왕 김연아

mkpark2022 2011. 9. 25. 20:58

 




    
      <<모정의세월-피겨여왕 김연아 이야기>>     
    
      
      

      김연아가 3월29일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보여준

      자신 있는 영어 인터뷰는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바쁜 훈련 중에 영어는 언제 익혔을까?

      연아는 못하는 게 없네…."


      연아의 '영어 교사'가 엄마 박미희(52)씨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엄마는 딸이 어릴 때부터 하루 3~4시간씩 차에 태우고

      훈련장을 오가는 시간에 영어 테이프를 끊임없이 듣도록 했다.

      '피겨 퀸(Queen)'의 영어는 그렇게 익혀진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김연아의 어머니는 딸의 친구이자

      운전사였고, 안마사였고, 무서운 코치였다.

       

      화려하게 탄생한 피겨 퀸의 뒤에는

      13년간 자신을 희생한 '피겨 맘(Mom)'이 있었던 것이다.


      연아는 만 6세이던 1996년 7월 엄마의 손을 잡고

      처음 과천 실내링크에 갔다.

       

      재미삼아 스케이트를 타도록 했는데,

      몇 달간 연아를 지켜보던 지도자들이

      "재능이 있으니 선수로 길러보자"고 했다.

       

      모녀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 16시간을 붙어 다니며

      훈련을 하는 '고난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엄마는 피겨 맘 사이에서

      '억척 엄마'로 알려져 있다.

       

      훈련시간에 다른 엄마들이 자리를 떠도  

      엄마는 연아의 링크를 떠나는 법이 없다.

       

      딸의 허점이 보이는 순간

      엄마의 고성이 날아든다.

       

      엄마에게 심하게 꾸중 듣는

      연아의 모습을 본 사람도 적지 않다.

       

      연습 때 기자들이 찾아가도

      "연습 끝나고요"라며 자른다.

       

      피겨 스타들의 연기를

      빠짐없이 비디오로 연구해

      피겨 지식도 전문가 뺨치는 수준이다.

       

      어머니 박씨는 "나의 전공은 연아이며,

      교과서도 연아"라고 말한다.

       

      나중에는 연아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회전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엄마가 딸의 점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케이트 굽과 블레이드 사이에

      책받침을 오려붙인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모녀 사이는

      끊임없는 갈등과 화해의 연속이었다.

       

      연아는 온종일

      자신을 채찍질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고,

       

      엄마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딸이 야속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지금도

      "연아의 사춘기 시절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한번은 딸의 연습 태도가 못마땅해 벌로

      링크를 100바퀴 돌도록 시켰더니

      화가 난 연아는 정말로 100바퀴를 달렸다.

       

      엄마의 수첩에는

      바를 정(正)자가 20개 기록돼 있었다.

       

      이 모습을 다른 피겨 가족들은

      토끼 눈을 하고 지켜봤다고 한다.

      고집불통 모전여전(母傳女傳)이었다.


      2006년 3월 김연아가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가진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기자가 연아에게

      "딸이 태어나면 피겨를 시키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아뇨"였다.

      가장 놀란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는 "왜 안 시킬 생각이니?" 하고 딸에게 물었다.

      연아는 "내가 겪어본 게 너무 힘드니까요.

       

      하는 사람도, 시키는 사람도 그렇고.

      안 시키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엄마는 딸도 피겨를 하는 것이

      행복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혈 엄마'가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그 엄마도 김연아가 28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우승을 예고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금은 엄마 박씨의 역할도 달라졌다.

      김연아는 사춘기 소녀가 아니라 이미 세계의 퀸이 됐다.

       

      2006년부터 세계적 코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로부터

      기술을 지도받고 있고

       

      데이비드 윌슨(캐나다) 코치의 안무 지도로

      김연아는 카리스마를 키워가고 있다.

       

      김연아의 대소사도 소속사인 IB스포츠가 챙겨주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찾았다.

       

      김연아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그랑프리 5개 대회 연속 우승,

       

      그랑프리파이널 2회 연속 우승에

      이어 3월29일 세계선수권까지 정복했다.

       

       이제 피겨 맘은 김연아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모두 챙길 필요도, 힘도 없어졌다.

       

      그러나 피겨 맘은 지금도 링크 한 구석에서

      가슴 졸이며 딸의 경기와 훈련을 지켜본다.

       

      엄마는 말한다.

       

      "가족의 품을 떠난 아이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어요.

       

      결국 아이에겐 엄마밖에 없으니까요."

       

      금메달을 목에 건 연아의 눈길이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음악♪Secrets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