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수필)

곱게 늙는다는 것

mkpark2022 2011. 9. 29. 08:11

영국의 한 보험회사가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해 놓은 30여개 주요 행태 가운데 상위 리스트들만 뽑은 것인데 이런 것들이 다 ‘나이가 들고 있다는 신호’라 한다.

- 요즘 유행하는 가요 톱10 노래들을 하나도 알지 못한다.

- TV 앞에서 잠이 들기 일쑤고 TV 프로그램에 대해 자주 구시렁댄다.

- 야릇한 뮤직비디오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지인들의 이름을 까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신기술을 다루는데 애를 먹는 것은 물론이고 멋보다 편안함으로 옷과 신발을 선택하게 된다.

- 자동차 열쇠를 잘못 두고 찾지 못하는 횟수가 늘어나는데다 불평도 더욱 많아지게 된다.

- 주량의 한계를 감지하면서 소란스러운 술집이 싫어지고 술을 자작(自酌)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 자주 몸이 뻐근함을 느끼고 허리를 구부릴 때 신음소리를 내게 된다.

- 머리숱이 줄어드는 반면 귀와 코의 털이 많아지고 눈썹이 제멋대로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어느새 직장 동료나 교사, 경찰, 의사들이 애송이로 보인다.

 

한 때 술자리 건배사 가운데 ‘세븐업(7-Up)’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곱게 늙어가면서 나이들어도 대접받는 7계명으로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는 항목들이다.

 

첫 째, 나이 들수록 신체와 환경을 모두 깨끗이 해야 한다는 클린업(Clean Up)이다. 신체와 주변 정리정돈은 물론,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과감히 덜어 내야 한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귀중품이나 패물은 유산으로 남기기 보다 살아생전에 선물로 주거나 기부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받는 이의 고마움도 배가 되는 것이다니 그것만큼 훌륭한 일도 없을 듯하다.

둘 째, 항상 용모를 단정히 해 구질구질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드레스업(Dress Up) 정신도 나이들수록 지켜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셋 째, 셧업(Shut Up) 정신도 마찬가지다. 노인의 장황설과 잔소리는 모임의 분위기를 망치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나쁜 버릇이라는 점도 공감이 간다.

넷 째, 그 대신 치어업(Cheer Up) 정신을 발휘하라는 주문을 잊지 않는다. 짧으면서도 곰삭은 지혜의 말에다 독창적인 유머 한 가지를 곁들일 수 있다면 과히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단다.

다섯 째, 요즘처럼 갈수록 각박한 세상에서는 쇼업(Show Up) 정신을 본받기를 권한다. 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면서 정신과 육체를 가다듬는 것은 그 어떤 보약보다 좋다는 것이다. 특히 동창회나 향우회, 옛 직장 동료 모임 등 익숙한 모임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이색모임이 더 좋다는 팁은 시사하는 바도 크다.

여섯 째, 기브업(Give Up) 정신도 그럴듯하다. 되지도 않을 일로 속을 끓이느니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심신과 여생을 편안하게 한다는 데는 깊은 삶의 철학도 풍긴다.

일곱 째, 돈이든 일이든 자기 몫을 다 해야 한다는 페이업(Pay Up) 정신은 ‘지갑은 열수록, 입은 닫을수록 대접을 받는다’는 세상이치를 되새기게 한다. 노년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