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하되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마라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자왈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제13편 자로子路)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화합하되 동화되지 않으며, 소인배는 어울리되 화합하지 않는다.”
황제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조진
흔히 ‘관계’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할 때도 있다.
친구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겼다고 생각해보자.
설령 그것이 도리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고,
자신에게 별다른 해가 되지 않으면 그것 때문에 굳이 얼굴을 붉히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만약 이 때문에 타인이나 공공의 이익에 해가 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송나라의 개국공신 조진은 잘잘못을 따지는 일에서는 상대가 설령 황제라 할지라도 결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충직한 마음으로 황제를 보필하면서도 언제나 ‘화합하되 동화되지는 않는다’라는 원칙을 고수했던 것이다.
원래 조광윤(송 태조)의 부하로 장서기를 지냈던 조진은 조광윤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또한 태조와 태종 두 황제를 도와 대부분의 영토를 통일하였다.
조진은 원래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재상이 된 후 태조의 권유로 읽기 시작한 독서습관은 어느새 하루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까지 되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서재의 문을 닫아걸고 밤늦도록 책을 읽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정무에 임하면 언제나 명쾌하게 일을 처리했다.
평소 조진이 어떤 책을 읽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열어본 그의 책 상자 속에는 《논어》만 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논어를 반만 읽으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역대 중국의 재상 중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제나 황제의 비위를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조진은 나라를 올바로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본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황제와 의견이 다를 때도 자신의 생각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한번은 조진이 한 명의 인재를 천거했지만 웬일인지 송 태조는 그를 임용하지 않았다.
다음 날 조정에 나간 조진은 또다시 그를 추천했지만 황제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3일째 되던 날, 조진은 어김없이 또 그를 천거했다.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황제는 조진이 내민 상주문을 박박 찢어 던져버렸다.
하지만 조진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조각난 상주문을 주워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조진은 풀로 붙인 상주문을 다시 황제 앞에 내밀었다.
그제야 조진의 행동이 옳았다고 판단한 황제는 그 인재를 임용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송 태조는 평소 눈엣가시로 여기던 관리를 일부러 승진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조진이 완강한 태도로 그의 승진을 주장하자 화가 난 태조가 일갈했다.
“아무리 그래도 난 그를 승진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그대가 어쩔 수 있겠는가?” 조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형벌은 잘못된 이를 벌하기 위한 것이며 상은 공을 세운 이를 치하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부터 전해오는 도리이지요. 게다가 상벌은 천하의 것이지 폐하 한 사람의 것이 아니옵니다.
그런데 어찌 개인적인 감정으로 독단적으로 처리하려 하십니까?”
화가 잔뜩 치민 황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조진은 가만히 그 뒤를 따랐다.
황제가 궁 안으로 들어간 후에는 입구에서 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 서 있자 마침내 황제의 윤허가 떨어지고 조진은 그제서야 자리를 떠났다.
송 태종 때 조진은 다시 한 번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조빈이 법도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는 미덕초의 참언을 믿은 송 태종이 그를 벌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빈의 무고함을 알았던 조진은 온 힘을 다해 그를 변론하며 사건의 진상을 밝혔다.
얼마 후 사실을 알게 된 송 태종은 이렇게 탄식했다.
“내가 모자라 자칫하면 국가의 대사를 망칠 뻔했구나.”
인생지침
사람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군자와 소인배의 차이는 무엇인가?
군자는 소인배와 달리 ‘의義’를 숭상해 불합리한 일에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다.
그러나 소인배는 ‘이利’를 탐해서 자신에게 손해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며, 이익이 되면 무엇에든 껴든다.
‘화합’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공자가 여기에서 주장한 ‘화합’은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음으로써 함께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합’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Essay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 비타민 中에서 (0) | 2012.11.05 |
---|---|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 이병률 (0) | 2012.10.17 |
성공의 85% 는 인간관계 / 최염순 (0) | 2012.10.03 |
아침 고요 산책길 / 김상경 (0) | 2012.09.28 |
해야 할 일을 즐기는 행복한 삶 (0) | 2012.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