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견뎌낸 진실은 아름답다
"어떤 나무를 제일 좋아하세요.?" 사람들은 나에게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릿하게 저려오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대답한다
"아카시아나무요." 연전에 기자 출신의 어느 저자가 쓴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책이 있었다
아마 못생긴 나무들 중 가장 앞자리에 놓일 만한 게 아카시아나무일 것이다
별로 우아하지도 않고 게다가 가시까지 달린 이 나무는
이상하게도 황페한 땅, 벼랑진 곳 아니면 과수원 가장자리나
울타리 한구석에 터를 잡는다
때때로 우리는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야 진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이 진실로 드러나기 위해 온갖 험난한 구비를 돌아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나이테에는 겸손하고 고난을 견뎌내는
이들의 피와 땀과 숨결이 깃들게 마련이다
아카시아 나무처럼 말이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윤석중 님이 작사한 동요(고향 땅)을 나지막이 불러본다
오늘 내게 알 수 없는 오해를 가져오고
통곡하게 하는 것들이 있을 때 조용히 안으로 잠기며
고향 땅에 묻고 온 한 그루의 아카시아나무를 떠올려볼 일이다
진실은 때로 오랜 시간을 요구할 터이니 겸손과 인내로
시간을 견뎌낸 진실은 어떤 것보다 강렬한 향기를
뿜어낼지니 꽃 색깔도 계절을 탄다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사계절을 지내노라면
꽃 색깔도 계절 따라 유행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맞춰 무수한 꽃들이
노란꽃,분홍꽃,흰 꽃,빨간꽃, 그리고...보라색 꽃 등
나름대로 아름다운 색상으로 차려입고 그 자태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이다.
아침고요의 계곡에는 풍년화와 노르스름한 꽃이
개화를 시작하며 제일 먼저 봄을 알린다
노르스름한 색채가 잘 드러나지 않을 만큼 작은 꽃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내 마음의 나무
산기슭 오솔길에 아름드리나무 하나
어제도 오늘도 묵묵히 서 있다
화려한 봄날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노래하던 새들 날아 가버려도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수많은 이들이 만났어도 잊혀지지않는 이름이 있다
수많은 이들이 사랑했어도 잊혀지지않는 얼굴이 있다
사랑은 마음에 심는 것
사랑은 가슴에 뿌리박는 것
너 이제 내 마음의 나무되어
바람 거친 들판을 지키어다오
변화 무쌍한 길을 걸으며
그들은 또 어떤 상념에 젖어들 것인가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 하늘나라 정원이 펼처지고 있다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여정이 끝나는 곳이다
문득 천상병 시 "귀천(歸天) " 이 생각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출처: 아침 고요 산책길 "저자 : 김상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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