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 (기타)

여러분 참 답답하시죠?

mkpark2022 2008. 8. 27. 11:29

세븐 북
일본학과 길나장이 모모세타다시 저 | 사회평론 | 2008년 08월
    [세븐북] 여러분 참 답답하시죠? 일본인 눈에 비친 답답한 한국상황 여러분 참 답답하시죠? 모모세 타다시 지음/사회평론 저자는 11년전인 1997년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를 써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당시 일본기업의 한국 주재원으로 28년째 근무하고 있었던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대로는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런 그가 다시 10여년 만에 펜을 잡은 이유는 뭘까? 책의 제목처럼 작금의 한국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답답함이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선진국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애정어린 답답함이다. 저자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식이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가 말하는 의식은 국가의 품격을 의미한다. 한국이 일류국가로 도약하려면 경제 규모에 걸맞는 국가의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여러분 참 답답하시죠? 머릿말 내가 10년 만에 다시 책을 쓰는 까닭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책을 내어 화제가 된 것이 1997년, 벌써 10 년이 넘었다. 첫 책이 출간된 지 꼭 10년 되던 해인 지난해 초 여름, 내 책을 펴냈던 출판사의 윤철호 사장을 오랜만 에 만났다. 그때 윤 사장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한국 사회는 10년 전에 비해 얼마나 달 라졌나요? 이젠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 을까요?" 나는 국민소득이나 국가 총생산의 수치 등은 자세히 모르지 만, 한국이 10년 사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변했다는 것은 실감 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하기 직전, 한국은 IMF 구제금융 시기 를 맞아 국가적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한국은 다시 한 번 불 사조처럼 일어났다.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빠른 시간 안에 세계 은행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이겨내며 IMF 국면을 벗 어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한국은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기업도 나타났다. 경 제력이 세계 10위권에 다가섰고,갖가지 장밋빛 구상과 함께 남다른 추진력을 자랑하는 새 대통령도 맞았다. 이제 한국은 일 본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선진국, 일류국가로 국제무 대에서 인정받고 활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경제력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세계 2 백여 개국 가운데 11, 12위를 다투고 있으니 경제력으로만 따 진다면 이미 선진국이 아닌가. 그러면 한국이 선진국인가? 한국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직 멀었다'는 대답부터 '곧 될 것' 이 라는 대답까지 다양하다. 경제 수준으로 보자면 선진국이 되고 도 남고, 한국사람의 잠재력은 선진국 이상이다.그런데 왜 한 국은 아직도 선진국이 되지 못한 걸까? 나는 한국이 '아직' 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가 사람들의 인 식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양은 선진국인데 속에는 아 직도 후진적인 생각, 가치관, 질서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한마디 로 선진국, 일류 국가로서 품격이 모자란 사회라는 뜻이다. 선진국은 눈에 보이는 물질이나 현상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아무리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근사한 자동차가 거리를 쌩쌩 누 벼도 교통체계가 엉망이고 불법주차의 천국이라면 그 나라는 선진국이 못 된다. 집집마다 컴퓨터가 팽팽 돌아가고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솜씨가 환상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양한 문 화를 즐기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나친 경쟁에 시달린다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또 세계적 기업이 아무리 많아도 기업이 탈세와 변칙을 일삼 는다면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OECD 가입국이 되어도 고통 받는 어린이와 고용이 불안한 청년, 가난한 노인이 많은 나라는 선진국이 못 된다. 비록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된다 해도 국민들 이 고루 잘 사는 게 아니라 일부 사람들만 부를 독점하고 있다 면 그 나라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물론 경제력이 어느 정도 따라주어야 선진국,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은 경제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선진국 에 걸맞은 품격을 갖출 때 이루어진다. 지금 한국은 옷차림은 선진국인데 체질과 정신이 따라가지 못한 꼴이다. 한국인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보라. 집 밖에 나갔다가 분통 터 지는 일이 없었는지? 답답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 많은 것은 그 래도 다행이다. 분통 터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게 아니다 싶 어서 고쳐나가게 되니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부조리와 몰상식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무감각이다. 지금 한국은 경제만 회복하면,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선진국 이 되고 저절로 일류 국가가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래서 자꾸 더 많이 팔고, 더 파헤치며, 더 많이 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사회에 부족한 것은 그런 물량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 다. 물량 사회가 아니라 고급사회, 문화와 품격이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고급, 품격은 '인간적'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내가 새로 이 책을 쓴 까닭은 단순히 한국을 비판하기 위해서 가 아니라, 한국 사람들 가운데 나처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들, 경제력에 걸맞은 품격을 지닌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사 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답답함과 희망 속에서 10 년이 지난 지금 다시 펜을 들었다. 책 제목을 '여러분 참 답답 하시죠?'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답답한 속을 푸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이 책에 서 제시한 방법은 내가 고민하고 생각한 한국 문제와 그 해결법 일 뿐이다. 한국에는 해장국 문화가 있어 지난 밤 마신 술로 쓰 린 속을 얼큰한 국으로 풀어준다. 그런 묘책을 가진 나라답게 한국은 틀림없이 멋진 해결책을 찾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외국인으로서, 더구나 한국 사람이 미워할 수도 있는 일본인 으로서 한국에 쓴소리를 섞어가며 내가 생각한 해결법을 감히 제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젊은 시절을 한국의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며 보내고 그 뒤로도 한국이 변해 온 과정을 죽 지켜본 사람이, 한국이 21세기의 새로운 선진국 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은 어느 정도 한국인의 가슴에 울림을 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용기를 냈다. 10년 동안 나 자신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이를 먹었 고. 오랫동안 근무한 도멘 상사에서 정년퇴직하고 한국 미쓰이 물산 고문이 되었으며, 얼마 전에는 큰 수술도 치렀다. 큰 수술 을 받고 나니 세상 보는 눈이 깊어지고, 주변 모든 것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절실해졌다. 이 책은 그런 눈과 마음으로 썼다. 내게 다시 글 쓸 기회를 준 사회평론 출판사의 윤철호 사장과 원고 정리를 도와준 한경심 씨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곁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 한국 미쓰이 물산 의 윤은숙 비서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윤 비서는 내 가 한국에서 만난 비서 중 최고의 비서였다. 10년 전 내 책에 과분할 정도로 큰 관심과 사랑을 표해준 독 자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10년 뒤 또 책으로 만나기를 기 대해본다. 2008년 여름 서울에서 모모세 타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