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시사)

베이비붐 세대

mkpark2022 2010. 5. 8. 22:10
베이비붐 세대, 앞만 보고 달렸는데 앞이 캄캄

 1960년 농촌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씨. 부모 모시랴, 자식 뒷바라지하랴 눈 코 뜰 새 없이 살아온 지 어언 50년이 흘렀다. 정년 퇴직을 불과 몇 년 앞두고 있지만, 뾰족한 노후 대비는 없는 처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인다.

 


 

통계청
이 9일 베이비부머(1955~63년생) 홍길동씨의 일대기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변화 모습을 소개한 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 베이비부머의 현실을 되짚어 본다.

어제 : 변화의 중심에 서다
전후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난 홍길동씨. 60년 당시 출생아 수는 100만6,000명으로 작년(44만5,0000)보다 2.3배나 더 많았다. 당시 피라미드형이었던 인구구조는 베이비부머들이 40~50대 중년층을 형성하면서 항아리형으로 바뀌었다.

학급당 인원이 64.8명(67년)인 콩나물 교실에서 초등학교를 보낸 홍 씨는 중ㆍ고교 시절 이른바 '뺑뺑이 초기 세대'가 된다. 69년 중학교 무시험 입학 제도, 74년 고교 평준화가 도입됐기 때문. 당시만 해도 학원은 찾아보기 힘들어 작년(7만2,242개)의 5%에도 못 미치는 2,746개(73년)에 불과했다.

반면 체력은 지금 세대보다 월등했다. 17세 학생들의 제자리 멀리뛰기는 남자는 243.3㎝(79년)에서 222.8㎝(2008년)으로, 여자는 181.6㎝에서 155.4㎝로 줄었다. 체격은 요즘 세대들이 앞서지만, 체력은 오히려 그 때가 더 강했다는 얘기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홍 씨도 부모님이 소까지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 준 덕분에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다. 사실 대학진학률이 29.2%(남자)에 불과하던 시절, 친구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결혼도 빨리 하는 게 추세였다. 당시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27.8세, 여자 24.8세. 작년에는 남자 31.6세, 여자 28.7세로 대폭 높아졌다. 집도 주택 4채 중 3채 이상(75.3%)은 단독주택이었고, 아파트는 14.8%에 불과했다.

오늘 : 가정의 버팀목 역할을 하다

2010년 현재 나이 만 오십. 홍씨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길어야 7년, 짧게는 3년 정도 더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기준으로 대규모 사업장의 평균정년이 57.1세인데다,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의 이직 연령은 그 보다 짧은 53세였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대부분(79.8%)은 부동산, 엄밀히 말하면 집 한 채 뿐이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금융자산이 없기 때문에 '재산=부동산'이나 다름없다. 50대의 부동산 평균 보유액(2억9,720만원) 중 주택(1억6,47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55.4%로 절반이 넘었다. 그야말로 가진 건 집 한 채, 혹은 전셋값이 전부인 셈이다. 펀드든 보험이든 금융자산은 거의 전무하다.

정년도 얼마 남지 않고, 가진 것도 없지만 홍씨에게 남은 여생은 족히 30년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50세의 기대여명은 남자 28.9년, 여자 34.8년 등으로 평균 32년에 달한다. 하지만 노후준비는 고작 국민연금(47.2%)이나 다른 공적연금(7.2%) 뿐. 사실상 별 다른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일 : 황금세대를 꿈꾸지만…

베이비부머들은 산업화에서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에 이르는 한국사회 격변의 주역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겨진 미래는 몹시 우울하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중은 홍씨가 66세가 되는 2026년 20%를 넘어설 전망. 인구 5명 중 1명이 홍씨와 같은 노인인구가 되는 셈이다. 더구나 지금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6.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27년에는 3.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질 리 없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이들을 모시고 살길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물론 내키지도 않는다. 결국 믿을 건 자기 자신 뿐이다. 고령층(55~79세) 가운데 향후 취업 희망자는 57.6%.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 벌어서 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없다.

나이가 들어서 왕성한 사회참여를 하고 레저 활동도 즐기는 황금세대들.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에겐 꿈에 그치고 말지 않을까.

이영태기자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