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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로 원한을 갖지 마라

mkpark2022 2012. 7. 23. 17:51

과거의 일로 원한을 갖지 마라

 

子曰 "伯夷, 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자왈 "백이, 숙제, 불염구악, 원시용희."

(제5편 공야장公冶長)

 

공자가 말하기를 "백이와 숙제는 지난날의 잘못을 들추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원망을 사는 일이 드물었다."

  

 

  지난날의 잘못을 들추지 마라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 극단적인 말은 우리의 정신과 행동을 그릇된 길로 이끌 뿐 아니라 자칫하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또 이를 행동으로 옮기면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까지도 망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이처럼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의 반초는 서역의 많은 나라를 설득해 한나라와 평화 협정을 맺도록 하는 데 성공했지만 유독 구자국만 이에 따르지 않았다.

  어느 날, 한나라와 친교를 맺은 오손국의 사자가 장안을 방문하자 한의 장제는 그를 극진히 대접하고 오손국으로 돌아갈 때에는 위후 이읍을 보내 그를 호송하도록 했다.

  이읍 일행이 천산의 남쪽 기슭을 지나 우전에 닿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구자국이 소륵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잔뜩 겁먹은 이읍은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조정에 상소를 올려 반초를 모함했다.

  상소에서 이읍은 반초가 자신의 식구들을 보살피느라 중원을 돌보지 않았음을 나무라며 오손국과 손을 잡고 구자국을 견제하려 했던 그의 계획 역시 실패했다고 고했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반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증자가 아니다(의심을 받고도 꿋꿋하게 도를 수행한 증자만큼 자신이 대단하지 않다는 의미). 이제 모함을 당했으니 의심받을까 심히 두렵구나!”

  반초는 즉시 조정에 상소를 올려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반초의 충심을 믿었던 한 장제는 조서를 내려 이읍을 꾸짖으며 말했다.

  “반초가 제 처자식만 아끼며 중원을 돌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를 따르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의 곁에 남아 있었단 말이냐!”

  결국 황제는 이읍에게 반초와 회합해 그의 명령을 따르도록 했다.

  황제의 조서를 받아든 이읍은 어쩔 수 없이 소륵으로 가 반초를 만났다. 하지만 반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읍을 따뜻하게 대했다.

  반초는 오손국의 사자를 호송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오손국의 왕에게 낙양으로 가 한나라 황제를 알현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읍에게 오손국 왕의 호위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자 반초의 수장 중 하나가 그를 말리고 나섰다.

  “이읍은 장군을 포함하여 명예를 더럽힌 자입니다. 그를 잡아 두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낙양으로 보내려 하시다니요.”

  이에 반초가 대답했다.

  “그를 잡아둔다면 내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과 다를 바 있겠는가? 그가 나를 모함했기 때문에 보내주는 것이다. 나는 온 힘을 바쳐 조정에 충성했기에 다른 사람의 모함 따윈 두렵지 않다. 내 분을 풀기 위해 그를 여기에 잡아두는 것은 충직한 신하의 도리라 할 수 없지 않겠느냐!”

  이 소식을 들은 이읍은 반초의 넓은 도량에 감탄한 나머지 그때부터 충심을 다해 그를 보좌했다.

 

  당 태종 이세민 역시 반초와 같은 행동으로 많은 신하의 우러름을 받았다.

  수 양제 시절 군승郡丞으로 임명된 이정은 이연, 즉 이세민의 아버지가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고 이를 조정에 알렸던 인물이다.

  당연히 이연은 수나라를 멸망시킨 후 이정을 처단하려 했지만 이때 이세민이 아버지를 말리며 말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인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때에 과거의 잘못을 들추어 재능 있는 자들을 죽여서는 안 되지요. 이정이 우리에게 투항할 뜻이 있다면 마땅히 그 목숨을 살려주셔야 합니다.”

  이세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이정은 이후 당나라를 위해 수많은 공을 세웠다.

  당 왕조 역시 왕실의 암투가 끊이지 않았다. 위징은 원래 이연의 첫째아들인 이건성의 측근이었다. 일찍부터 이세민의 비범함을 알아보았던 그는 이세민이 결코 지방 영주에 불과한 진왕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간파하고 이건성을 부추겨 이세민을 죽이도록 했다. 당연히 이 이야기는 이세민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후 현무문 정변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이세민은 이번에도 과거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 위징을 중용했고, 위징 역시 당나라를 위해 많은 공을 세웠다.

  이세민은 이 두 사람 외에도 자신과 대적했던 수많은 적의 잘못을 덮어주고 오로지 재능에 따라 인재를 등용했다. 덕분에 그는 중국 역사상 신하와 백성에게 가장 사랑받는 군주가 될 수 있었다.

 

  명 말의 문인 홍응명이 쓴 《채근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邀千百人之歡, 不如釋一人之怨

  요천백인지환, 불여석일인지원

 

  원한을 푸는 것이 은혜를 베푸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는 말이다. 사실이다. 한 사람에게 맺힌 원한을 제때 풀지 않으면 여러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큰일을 망칠 수도 있다.

 

  춘추시대, 송나라와 정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이때 송나라 군대를 지휘하던 화원이 양을 잡아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려 했는데, 실수로 수레를 끄는 양짐을 빼놓고 말았다. 양짐은 이 일로 앙심을 품었지만 화원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다음 날, 전쟁이 시작되자 양짐은 화원이 탄 수레를 일부러 정나라의 진영으로 끌고 가 적에게 사로잡히도록 해버렸다.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려 했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양짐의 원한을 샀던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실수일지라도 누군가의 원한을 사면 엄청난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인생지침

  누군가가 나를 화나게 하거나 모함했다면 분명 적당한 기회를 찾아 그에게 복수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 복수심은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만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적당한 기회를 찾아 상대방에게 복수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때문에 새로운 원한 관계가 생기지는 않을까? 그것은 남은 물론 나에게도 전혀 이로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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