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참된 지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참된 지혜다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瘦哉? 人焉瘦哉?"

자왈 "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인언수재? 인언수재?"

 

(제2편 위정爲政)

 

공자가 말하기를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의 행동을 보고, 그가 일하는 방법을 살피며 그 취미를 관찰하라. 이렇게 하면 어찌 사람들이 자기를 숨길 수 있으리오.

 

왕망을 잘못 봐 나라를 빼앗긴 왕정군

어떤 사람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상대방이 갖은 방법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사람을 잘못 본 진짜 원인은 그를 올바르게 관찰하지 못한 나에게 있다.

 

서한의 왕망은 지금까지도 간신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재주가 남다른 인물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병졸이나 무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권모술수만으로 황제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말이다. 사실 그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왕망이 야심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사실 그의 고모이자 황후였던 왕정군의 도움이 컸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읜 왕망은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생활을 했고, 왕정군은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도와주었다. 왕정군은 주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왕망의 벼슬길을 열어주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에 힘입어 왕망은 서른에 대사마의 자리에 올랐다.

 

왕망의 승승장구를 지켜보던 한 신하가 걱정스러운 듯 왕정군에게 이렇게 조언을 했다.

“왕망이 비록 황후의 친척이기는 하오나 더 이상의 은혜를 베푸셔서는 안 됩니다. 겉으로는 인품이 훌륭한 듯 보이지만 그가 마음속으로 황후께 감사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런 그의 세력이 더 커지는 날엔 황후뿐 아니라 한나라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왕망의 연기력은 일품이어서 여러 대신들의 간언에도 왕정군은 좀처럼 그의 본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늘날 네가 있게 된 것은 나의 공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 황제의 은혜 덕분이다. 우리 왕씨 가문이 황제의 은공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너도 잘 알게다. 항상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며 열심히 천자를 보위하도록 하여라.” 황후의 말에 왕망은 눈물을 흘리며 충성을 다짐했다. 그 모습에 완전히 의심을 거둔 왕정군은 조카의 출세를 위해 더욱 힘을 쏟았다.

 

왕정군이라는 든든한 버팀목과 어린 황제 덕분에 왕망은 점차 자신의 세력을 넓힐 수 있었다. 결국 안한공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조정의 권력을 한손에 쥐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황제의 자리까지 넘보았다. 왕정군은 한 왕실이 없어지면 자신이 설 자리가 사라지므로 온 힘을 다해 그를 막으려 했다. 왕정군은 또다시 왕망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황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왕망은 예전과 달리 거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는 이미 결심을 굳혔습니다. 고모께서는 더 이상 말씀하실 것도 없습니다. 한실의 운명은 이미 다했고, 천명이 저를 원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괜한 헛수고 마시고 옥새나 넘겨주시지요.” 왕망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달은 왕정군은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옥새를 집어던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가면을 벗은 왕망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인생지침

 

사람은 모두 내면에 각기 다른 특성이 혼합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여러 가지 특성이 충돌해 다른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공자가 말한 것처럼 한 사람을 끊임없이 관찰하면 그의 참모습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안다는 것은 그의 결점을 발견하는 것만 뜻하는 게 아니라 장점을 찾아내는 것도 포함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정말로 안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