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바닷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비움의 고요를 그대와 함께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안개가 많은 날입니다>
기다림을 등진 듯
호수는 따로 물길을 텄지만
그럴수록 더 영롱한
그리움입니다.
상상의 계절
여름에 그린 설경은
너무도 하얘서
차마 밟지 못하고
되돌아가네....
<엄마업기 >
아버지는 어머니와 싸우실 때면 그림을 한 장 그려놓고 집을 나가신다.
그러면, 그림이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달랜다.
어느날
'엄마업기'라는 이 그림을 그려놓고 아버지는 매우기뻐 흥분하셨다.
내게 메모지에 쓴 글도 하나 보여주시며 읽어 보라고 하셨다.
내가 다 읽을 때까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나를 살피시는 느낌도 받았다.
그 글은 훗날 보니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홈페이지에도 올려두신걸 보았다.
그 쪽지의 내용은....
전해줄 것을 전해준 아내의 행복과
그 먼 곳으로부터 이어져오는
사랑의 무게를 업고 바들거리는
아들의 다리를 봅니다.
깃털처럼 가벼워졌어도
엄마의 무게는 업고 버티기가 참 어렵습니다.
나도 아빠를 닮았는지 그 속 뜻을 알것 같았다.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찻잔 늘어놓고
감춰 간 매화 그 속에 띄워
우리 네 사람, 머리 조아려 찻잔의 개화를 감탄합니다.
말로도 붓으로도
끝내 그 향은 그려 낼 수 없었지만
분명 혀끝, 코끝의 감각과
그 시간의 고요함은 기억되고도 남았습니다.
<안개가 많은 날입니다>
기다림을 등진 듯
호수는 따로 물길을 텄지만
그럴수록 더 영롱한
그리움입니다.
<응시>
바라보는 것들은 모두
사랑이어야 합니다.
<산속의 호수 )
구원에 이르게 하는 우리 인생의 뗏목은 무엇일까요?
뗏목은 단지 목적을 향한 도구이기에
뗏목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전 아직도 제 인생의 뗏목조차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